마감의 막바지.. 10일에서 방금 11일로 옮겨간 새벽이다. 편집장의 글을 빨리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예전 버룻 어디가겠는가. 그저 뭉개고 앉아만 있다. 진저리치고 있다. 이런다고 누가 대신해줄 것도 아닌데.
막내 에디터 시절 나는 블랙홀이라 불렸다. 기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교정을 봐야하는데 교정지가 내 손에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아트팀 선배가 붙인 별명이다. 또 나름 식신(食神)으로 불리며 선배들을 괴롭혔다. "천천히 먹으면 태산도 먹을 수 있다"는 중국집에서의 내 발언은 지금까지도 나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되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지금은 그 선배들도 나 역시 세월에 등떠밀려 편집장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돼도 않는 앙탈을 부릴때가 있다. 그 때만큼은 다시 막내로 돌아간듯 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나름 까다로운 관문을 거쳐 총 6명의 인턴이 입사했다. 편집 4명, 아트 디자인 2명.
이틀전엔가 편집장과 인턴과의 상견례 겸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그만 엉망으로 취해버렸다. 직장 동료들과 그렇게 까지 마셔본 건 내 생전 처음이라 할만큼 대단한 우주쇼였다.
다음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선배들 모두 걱정스러운 낮빛으로 "고민있냐?"고 물었을만큼이니..
가만 생각해보니 일종의 따끔거림같은 게 아니었을까. 평소라면 속모를 얼굴로 술자리에 새초롬이 앉아있는 게(물론 그러면서 끝까지 간다는 거) 정상이었지만 그 날만큼은 왠지 손톱밑을 찌르는 바늘처럼 온갖 생각들이 머리속을 따끔거리며 헤집고 다녔다. 아, 정말 그 파릇파릇한 인턴들이 예뻐보였고.. 알싸한 질투심도 느꼈던 것 같다.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버린 여배우의 기분이랄까. 그 정점에는 내가 지내온 세월과 정비례할만한 실력과 안목을 갖춘걸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지방 소도시의 여고생에게 장문의 편지를 받은 게 요 며칠전이다. 대단치도 않은 내글이 이모같고 언니같다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랬다. 이제껏 진심으로 독자를 의식하고 잡지를 만든 적이 있었던가. 졸음에 겨워 미싱을 박듯 밥벌이로 하는 일이라고 자기 비하에 빠진게 더 많지 않았나? 그런데 요즘에서야 십여년이 넘도록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했던 독자들에 대한 경외감이 생겼다. 그녀들은 어떻게 나역시 숨기고 싶도록 미진한 컬럼들을 그렇게 귀신처럼 알아낼 수 있을까. 수박 겉핥기식의 재탕 삼탕 기사와 완성도 떨어지는 비주얼을 기가막히게 짚어내는 독자들 때문에 최근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관심은 언제나 사랑을 전제함을 알기에 그들이 참 고맙다. 엘르걸의 정서를 공유하는 엘르 걸 팩토리 식구들 역시.
그날 갑작스레 취한 두 편집장 때문에 고생많았을 인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부디 초심을 잃지말고 용맹정진하길. 또한 나이스하기 그지없었던 택시 기사님에게도.
막내 에디터 시절 나는 블랙홀이라 불렸다. 기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교정을 봐야하는데 교정지가 내 손에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아트팀 선배가 붙인 별명이다. 또 나름 식신(食神)으로 불리며 선배들을 괴롭혔다. "천천히 먹으면 태산도 먹을 수 있다"는 중국집에서의 내 발언은 지금까지도 나를 설명하는 수식어가 되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지금은 그 선배들도 나 역시 세월에 등떠밀려 편집장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돼도 않는 앙탈을 부릴때가 있다. 그 때만큼은 다시 막내로 돌아간듯 해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나름 까다로운 관문을 거쳐 총 6명의 인턴이 입사했다. 편집 4명, 아트 디자인 2명.
이틀전엔가 편집장과 인턴과의 상견례 겸 회식 자리가 있었는데. 그만 엉망으로 취해버렸다. 직장 동료들과 그렇게 까지 마셔본 건 내 생전 처음이라 할만큼 대단한 우주쇼였다.
다음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선배들 모두 걱정스러운 낮빛으로 "고민있냐?"고 물었을만큼이니..
가만 생각해보니 일종의 따끔거림같은 게 아니었을까. 평소라면 속모를 얼굴로 술자리에 새초롬이 앉아있는 게(물론 그러면서 끝까지 간다는 거) 정상이었지만 그 날만큼은 왠지 손톱밑을 찌르는 바늘처럼 온갖 생각들이 머리속을 따끔거리며 헤집고 다녔다. 아, 정말 그 파릇파릇한 인턴들이 예뻐보였고.. 알싸한 질투심도 느꼈던 것 같다.
속절없이 나이만 먹어버린 여배우의 기분이랄까. 그 정점에는 내가 지내온 세월과 정비례할만한 실력과 안목을 갖춘걸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지방 소도시의 여고생에게 장문의 편지를 받은 게 요 며칠전이다. 대단치도 않은 내글이 이모같고 언니같다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랬다. 이제껏 진심으로 독자를 의식하고 잡지를 만든 적이 있었던가. 졸음에 겨워 미싱을 박듯 밥벌이로 하는 일이라고 자기 비하에 빠진게 더 많지 않았나? 그런데 요즘에서야 십여년이 넘도록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했던 독자들에 대한 경외감이 생겼다. 그녀들은 어떻게 나역시 숨기고 싶도록 미진한 컬럼들을 그렇게 귀신처럼 알아낼 수 있을까. 수박 겉핥기식의 재탕 삼탕 기사와 완성도 떨어지는 비주얼을 기가막히게 짚어내는 독자들 때문에 최근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관심은 언제나 사랑을 전제함을 알기에 그들이 참 고맙다. 엘르걸의 정서를 공유하는 엘르 걸 팩토리 식구들 역시.
그날 갑작스레 취한 두 편집장 때문에 고생많았을 인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부디 초심을 잃지말고 용맹정진하길. 또한 나이스하기 그지없었던 택시 기사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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