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입사를 위해 필기 시험과 면접까지 끝난 지금.... 아쉬운 건 지원자들뿐만이 아니다. 나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잡지는 맨파워다. 다시 말해 개인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다반사라 인사가 만사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해왔다. 그러니 공채를 볼때 마다 혹시라도 인재를 못알아보는 건 아닐까 하는 자책이 슬그머니 들때가 있다.. 그러나 운칠기삼이라든지 복불복이라든지 하는 말이 왜 있겠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활은 시위를 떠났으니... 이제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20여명으로 추려진 그녀들의 마지막 홧팅을 바랄 수 밖에.
필기 시험 문제 중 하나가 가상의 인물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박진영과 패리스 힐튼, 그리고 마크 제이콥스 중 하나였는데... 시험 체점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인 답안지들이 쏟아져서 적잖이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가상 인터뷰라는 것 자체가 어떤한 제한도 없다는 최상의 조건인데도 반해 결과물은 고만고만했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인가? 이미 네이버 검색을 통해 충분히 알려진 것들의 나열에 불과했다. 과연 그런 기사가 독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답변과 질문으로 이루어진 뻔한 사실 확인들은 잡지에서 가장 지양해야 할 글이 아닐런지. 주제가 평이하다면 형식에 재미를 줄 수 있는 문제다.
파리스 힐튼과 박진영이 서로를 인터뷰하게 해본다든지 하는 재기발랄함이나 가상 인터뷰이니만큼 폭탄 선언을 하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상업지인 잡지 인터뷰의 가장 큰 죄악은 지루함이라는 사실을 간과한건 아닌지.... 인터뷰이에게 평이한 질문을 던지는 것.... 뻔한 답변을 유도하는 건 기자로서는 직무 유기다. 한마디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자기고백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 명 중 한명을 선택할 때는 내가 전문가의 시각에서 깊이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팬미팅에서 만난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날카로운 시각이 부족한 글들이 많았다. 글솜씨는 차치하고라도(기자의 글은 교정자가 오탈자를 걸러주기 때문에 띄어쓰기나 맞춤법에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면접 중 영어 인터뷰가 있었다. 편집장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매체에 따라서는 영어 능력보다는 인성이나 글솜씨에 더큰 가중치를 줘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나로서는 글솜씨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영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엘르걸>이 지향하는 인터내셔널한 매거진이라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국어 외의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얻게되는 또 다른 시각 & 기회를 믿기 때문이다. 영어는 내게도 힘든 산이다. 넘기 힘들지만 하루하루 노력해야 할 상대다. 오죽하면 영어 공부 제대로 못한 것이 한이 되어서 내가 이십대가 되면 다른 건 둘째치고 영어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하고...또 결심할까. 조금이라도 잘했으면 하는 맘에 개인 교습도 받아보고 꿈도 꾼다. 영어 잘하는 꿈을... 영어로 완벽하게 인터뷰하하고 소통하는 꿈을.
서른 중반인 나도 노력하는데... 왜 기자가 되겠다는 스물 초반 혹은 중반의 재원들이 토익은 800이 훨씬 넘으면서도 간단한 영어 인터뷰에 그토록 얼어야 할는걸까. 그토록 하고 싶다면 그 직업에 어울리는 스펙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불어불문 출신이지만 불어로 인터뷰가 불가능한 것도 말이 안된다. 4년동안 성실히 배웠다면 당연히 결과가 있어야 한다.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결국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두산 잡지 면접에서 떨어진 후 우리 회사 면접을 봤지만 여기서도 떨어진다면 다시 디자인 하우스 면접을 볼 것이라고 말한 지원자도 있다. 그런 친구들은 결국 언제가는 이바닥에서 한몫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늘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정진하길...
-
-
-
노는 팀장 2007/12/22 10:28
그날 많이 당황하셨죠?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입사 면접이라는 게 워낙 그렇죠... 제한된 시간안에 모든 것이 판가름나야하는 불합리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에디터가 되고 싶으시다면 길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
-
-
활자먹는얼빵 2007/12/25 20:22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사람들이 어떤 글을 원하는지,
또 세계로 뻗어가는 기자의 조건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
-
노는 팀장 2008/01/05 12:04
저도 맘이 아프네요. 같이 흐느끼고 싶습니다. 그 맘 저도 잘 알거든요. 하지만 목표가 있다면 분명 방법론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진합시다. 진실로 원하는 것이라면요.
-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