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이긴 하지만 마음이 무겁네요. 오늘 류지연 디렉터와 함께 故 이언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도착해보니 평소 그와 친분이 깊었던 김선민 에디터는 어제 오전부터 오늘 새벽까지 장례식장을 지키느라 눈 밑이 푹 꺼져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닙니다. 몇 번 스친듯이 만난 것이 전부이니까요. 그러나 엘르걸 파티때 한걸음에 달려와준 그가 너무 고마웠고(위의 사진은 그때 찍은 것입니다. 계속되는 야외촬영이라 너무 힘들었을 텐데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 최근에는 그를 포함한 여섯 명의 모델들과 10월호에 발간될 스타일북을 만드느라 이래 저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일이 많았죠.
사실 오늘은 그와의 스타일 북 촬영이 예정되있던 날이었습니다.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그는 환히 웃는 얼굴로 렌즈앞에 서있었을 텐데... 지금쯤은 촬영을 마치고 술 한잔 걸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다 부질없는 일이긴 하지만.
조문하러 순천향 병원에 도착하니 마치 포토라인 앞을 지키는 것처럼 사진 기자들이 줄지어 서있더군요. 잠깐 아찔했어요. 연예인이라는 게 마지막 길까지도 자유롭지 못한 직업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저를 보자마자 매니저분께서 어깨를 들썩이며 "오늘이 엘르걸 촬영일인데..."라며 말문을 잊지 못하시더라구요. 아아, 그런게 다 무슨 소용이람... 정말 꽃다운 그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이 곳에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빈소는 인터넷에서 본 사진 그대로였습니다만 웬지 현실 감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향을 꽂고 기도를 하고 상주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러는 순간에도요.
참 아까운 사람이 갔구나. 빈소 한켠에는 그가 평소에 사랑했던 것들을 모아두었더군요. 편해보이는 운동화랑, 담배랑 시계랑... 김선민 에디터의 말에 의하면 최근 스타일북 때문에 그가 보내주었던 디카 사진 속에 있던 바로 그것이래요. 그것도 모르고 저는 그 사진을 보면서 왜이리 성의없게 찍어보냈냐고 한마디 했다죠..
8년 넘게 어려운 무명 시절부터 그와 알고 지낸 선민 에디터가 많이 마음에 쓰입니다. 진짜 대장같고 남자같고 유쾌한 친구를 잃었으니까요.
이제 좀 잘되려니까 훌쩍 떠난 그를 진심으로 추모합니다. 하늘은 정말 재능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셔서 일찍 부르시나 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10월호로 예정되었던 6명 모델들과 함께 한 스타일북은 궤도 수정을 해야 겠습니다. 재욱 씨도 수임도 현정이도 모두 지금은 제 정신이 아닌데 그들에게 촬영 운운 한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나... 그게 제 마음입니다. 대신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멋진 컨트리뷰팅 북을 내놓고 싶습니다. 그와 가장 친했던 그 멤버들이 모두 모여서 스물 일곱 짧았던 그의 생을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책을요.
정말이지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PS.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빈소를 지키던 세명의 상주가 김재욱과 주지훈 예학영이라지요. 꾸벅 인사를 마치고 눈을 마주칠때도 그들인줄 몰랐어요. 남자들의 속깊은 우정을 확인한 것 같아 가슴이 아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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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경 2008/08/23 00:50
저도 뉴스보고 너무 놀랐어요.. 다음 달 스타일북에 나온다길래 기대하고있었거든요. 정말 팔방미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ㅜ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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